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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Uragasutta ㅡ 숫타니파타
[제1품]   뱀 Uraga-Vagga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ㅡ 숫타니파타 [제1품], 법정스님 1932년 10월 8일 (전라남도 해남) - 2010년 3월 11일


1.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

치미는 화를 삭이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2.
연못에 핀 연꽃을

물속에 들어가 꺾듯이

애욕을 말끔히 끊어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3.
넘쳐흐르는 애착의 물줄기를

남김없이 말려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4.
거센 격류가

연약한 갈대의 둑을 무너뜨리듯이

교만한 생각을 남김없이 없애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5.
무화과나무 숲에서는

꽃을 찾아도 볼 수 없듯이

모든 존재 속에 영원한 것이 없음을 아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6.
안으로 성내는 일 없고

밖으로 세상의 영고성쇠를 초월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7.
잠념을 남김없이 불살라 없애고

마음이 잘 다듬어진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8.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 않고

망상을 모조리 끊어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9.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고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고 아는 수행자는

이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0.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고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고 알아

탐욕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1.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고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고 알아

애욕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2.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고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고 알아

미움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3.
너무 빨리 내닫거나 느리지도 않고

'모든 것은 다 허망하다'고 알아

헤매임에서 떠난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4.
나쁜 버릇이 조금도 없고

악의 뿌리를 뽑아버린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5.
이 세상에 다시 환생할 인연이 되는

그 번뇌에서 생기는 것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6.
우리들을 생존에 얽어매는 것은 애착이다

그 애착을 조금도 갖지 않은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17.
다섯 가지 덮개를 버리고

번뇌가 없고 의혹을 뛰어넘어

괴로움이 없는 수행자는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듯이.

*다섯 가지 덮개는 탐욕 분노 우울 들뜸 의심 등을 말한다.






숫타니파타는 불교의 수많은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불타 석가모니와 초기 불교를 이해하는 데에 아주 요긴한 자료가 되고 있다.

숫타니파타는 경Sutta의 집성Nipata이란 뜻, 줄여서 경집經集Sutta-Nipata 이라고 한다.

팔리어로 된 남전대장경중 소부경전에 수록되어 있다.

이 경전에는 발전, 수정되기 이전의 소박하고 단순한 초기 불교의 모습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여기에서는 후기에 이루어진 경전처럼 교학적이거나 번거로운 교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불타 석가모니는 단순하고 소박한 형식으로 인간으로서 가야할 길을 펼쳐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처님에 대한 호칭도 '눈뜬사람' '눈이 있는 분' '거룩한 스승' 정도로 평범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경전을 대하는 사람들은 그 단순한 형식이 먼저 눈에 띌 것이다.

대승경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싱겁게 여겨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초기경전의 단순 소박한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불교 술어는 아주 후기에 이루어진 것이고,

초기에는 풀어서 쓴듯한 이런 표현으로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교 술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런 단순한 표현이 접근하기에 쉬울 것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살아 있는 불타 석가모니의 인간미가 배어 있는 점에 유의하게 될 것이다.

이 경전의 대부분은 본래 운문인 시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읽히기보다는 읊어졌던 것이다.

시가 지닌 운율의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언어의 구조가 다른 말로 옮기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예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데에 치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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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ㅡ 숫타니파타 강론(1990년) 서문 中